기업의 모든 거래는 장부에 기록됩니다. 그리고 이 기록이 모여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죠. 하지만 법인 계좌의 잔액이 기말 손익계산서의 당기순이익만큼 늘어나진 않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바로 발생주의와 현금주의 회계 기준의 차이 때문입니다. 발생주의를 따르는 당기순이익과 현금흐름 중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경영 성과 지표인지는 기업 재무의 오랜 논쟁거리이기도 합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이 두 기준이 어떻게 다른지 자세히 살펴볼게요
1. 현금흐름 중요성 알려주는 ‘흑자도산’의 교훈
영업 실적이 좋고 재무적으로도 양호한 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부도를 맞이하는 ‘흑자도산’, 들어보신 적 있나요?
단어 그대로 흑자인데 기업이 도산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손익계산서 상으로는 이익을 남기고 있지만 당장 쓸 현금이 부족해 채무를 갚지 못하고, 결국 도산에 이르는 경우들입니다.
예를 들어 매출이 지금 발생했다 하더라도 고객이 한참 뒤 대금을 지불한다면 회사 통장 잔고에는 당장 아무런 변화가 없죠. 만약 그 사이 물품 대금을 지출해야 한다거나 대출 이자를 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수중에 현금이 모자라고 유동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종종 이슈화되는 흑자도산은 현금흐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우리가 익숙한 재무상태표·손익계산서로는 흑자도산의 위험을 감지하기 힘들 수 있는데요. 두 재무제표는 발생주의를 기반으로 해, 현금주의에 따라 기업이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을 보여주는 현금흐름표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볼게요.
2. 기업 재무 공시의 기준, 발생주의 회계
1) 거래가 일어난 시점이 기준
발생주의 회계는 돈이 실제 움직이는 시점이 아니라 거래나 사건이 실제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기록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계좌에 돈이 들어오거나 나가는 시점이 아닌, 수익과 비용이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죠.
예를 들어 회사가 2월에 제품을 제공하고, 5월에 돈을 받기로 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회사 계좌에는 5월에 대금이 입금되지만, 수익은 2월로 잡히게 되죠.
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가 2월에 어떤 제품을 사고 돈은 5월에 내기로 했다면, 실제 지불하기 전인 2월에 비용을 기록해야 해야 합니다.
▴ 거래가 ‘발생했을 때’ 인식하는 것이 발생주의 회계의 핵심!
발생주의 회계를 택한 기업은 ‘수익 비용 대응의 원칙’을 따르게 되는데요. 기업이 실현한 수익을 기준으로, 이 기간에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해 소요된 자원을 비용으로 인식한다는 뜻입니다. 이 원칙에 따라 기업의 경영 성과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어요.
2) ‘기업 의사결정에 필수’ 발생주의의 장점
① 돈의 흐름과는 관계없이, 거래의 실질적인 내용을 반영해 회사의 재정 상태를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② 발생주의 회계 기반으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작성된 회계 보고서는 투자자나 채권자 등의 이해관계자가 경영 상태와 성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움으로써 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입니다.
③ 뒤에서 살펴볼 현금주의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여주고,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경영진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수 정보죠.
3) ‘복잡하고 어렵다’ 발생주의의 단점들
① 현금주의와 비교해 직관적이지 않고 복잡합니다. 발생주의 회계를 적용하려면 전문 지식과 시간이 필요해 회계 처리 비용이 커질 수 있습니다.
② 발생주의는 실제 현금흐름과는 다르기에 이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관리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대금을 받기 전이라도 수익에 대한 세금이 발생할 수 있죠.
③ 발생주의 회계에서는 미래 수익 · 비용을 추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복잡한 회계 처리가 조작 가능성을 높여 신뢰성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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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당장의 현금흐름을 한눈에 – 현금주의
1) 돈이 실제 들어오고 나간 시점이 기준
현금주의 회계는 돈이 실제 움직인 시점을 기준으로 수익과 비용을 기록합니다. 현금을 받았을 때 수익을, 현금을 지불했을 때 비용을 각각 장부에 쓰는 거죠.
예를 들어 기업이 5월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6월에 돈을 받았다면 6월에 수익을 기록하고요. 비용도 마찬가지로, 어떤 제품을 5월에 구매하고 6월에 지불했다면 6월에 비용을 기록합니다.
즉, 거래가 일어난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발생주의와 달리, 현금주의는 입출금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 돈이 실제 들어오고 나간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현금주의 회계, 발생주의보다 쉽고 직관적이죠?
또 현금주의는 발생주의와 달리 수익 비용 대응 원칙을 따르지 않아요. 예를 들어 이 원칙에 따라 손익계산서에는 매출원가가 반영되지 않았더라도, 이미 지출했다면 현금주의에서는 쓴 돈으로 봅니다.
2) 현실에 가장 가까운 현금주의의 매력
① 회계 처리 방법과 기록이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워서 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또 감가상각비 등 실제 경영에 불필요한 비용 없이 진짜 현금 유출입만 볼 수 있어요.
② 그러므로 발생주의보다 들이는 시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③ 실제 돈의 흐름을 정확히 반영하기 때문에 당장 현금흐름을 쉽게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어요.
3) ‘숲보다 나무’ 보여주는 현금주의의 단점
① 돈의 흐름만 반영하기 때문에 기업의 전반적인 재무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② 수익과 그에 대응하는 비용이 같은 기간에 기록되지 않을 수 있어요. 이 때문에 **경영 성과를 정교하게 평가하기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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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발생주의와 현금주의 ‘병행이 필수’인 사례
발생주의 또는 현금주의 각각을 택하는 것보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 발생주의와 함께 현금주의로 재무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현금주의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용이한 기업의 형태로는 다음과 같은 곳들이 있어요.
1) 스타트업 · 벤처기업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중에는 아직 매출이 크지 않거나 특정 거래처 매출 의존도가 높은 곳들이 많습니다. 특히 다양한 시도로 사업을 고도화하는 기업들 중에는 영업이익이 적자거나 수익 구조가 불안정한 사례가 많아 이 기간을 잘 버티기 위해 현금 관리가 필요합니다.
또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서는 외부 자금 조달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 보통인데, 현금흐름 관리는 자금 조달 전략과도 직결됩니다. 현재 가용 가능한 자금, 생존 가능 기간, 현금 유출입의 속도와 시차 등을 관찰함으로써 추후 조달 시점을 파악하고 계획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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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성장 기업, 자본재 투자가 큰 B2B 기업
공장 건설, 장비 구매 등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큰 기업이라면 현금흐름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시차로 인한 왜곡이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실제 지출은 일시에 일어나도 손익계산서에는 사용 기간에 걸쳐 감가상각분에 한해 인식돼 이런 왜곡이 생깁니다.
더구나 자본재 투자는 그 금액이 커서 현금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평소 관리가 필요합니다.
3) 매출원가 비중이 높은 기업
이커머스와 제조, 유통, 건설, 식품 등 매출원가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는 손익계산서 상 비용과 현금흐름 차이가 크게 발생할 수 있어요. 특히 현금 유출입이 크고, 현금 보유고가 적은 중소기업은 반드시 발생주의와 현금주의로 같이 자금을 관리해야 합니다.
발생주의와 현금주의 회계 기준, 이해가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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